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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이해충돌I. 이해충돌의 의미와 범위(1) 이해충돌이란?- 광의의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를 번역한 단어이며, 이해상충, 이해갈등 등으로도 번역된다)은 한 개인이나 집단이 두 가지 상충하는 이해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 한 가지 이해를 위해 다른 이해를 포기하거나 무시해야 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해충돌이란, 연구의 타당성이나 환자의 치료와 같은 일차적 이해(primary interest)에 관한 판단이 재정적 이득과 같은 이차적 이해(secondary interest)에 의해 부당하게 영향을 받는 일련의 조건을 의미한다.1 - 이해충돌의 상황은 자율적으로든(예를 들어 가정을 위해 좋은 직장을 포기하는 경우) 제도적으로든(예를 들어 자녀가 고3 수험생인 대학교수는 입시 업무에서 배제되는 경우) 간에 한 가지 이해를 포기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해충돌의 상황 자체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여러 가지 법적, 윤리적 가이드라인들이 제시된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널리 퍼져 있는 소위 ‘전관예우’를 들 수 있다. 큰 로펌들이나 회사들은 갓 퇴임한 고위 공직자들을 영입하여 행정부나 사법부의 판단에 일정한 영향력을 끼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퇴임 공직자 뿐 아니라, 그들의 로비를 받는 공무원이나 법관들도 이해충돌의 상황에 접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법에는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조항이 마련되기도 하였다. - 연구윤리에서의 이해충돌은 수행하는 연구가 다른 이해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받을 수 있는 조건에 놓이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담배회사에서 주는 연구비를 받아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거나, 제약회사의 지원을 받아 그 제약회사가 만든 약의 효능성 검사를 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 금전적 이익과 같은 구체적인 이해관계나 그러한 이해관계를 악용 혹은 남용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도 이해충돌상황에서 일정한 편향성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입장을 배척하는 종교적 신념 때문에 실증과학의 연구에서 객관적인 관찰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이해충돌은 최고의 연구결과 산출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 통상적으로 이해충돌은 연구윤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면서도 연구부정행위나 연구부적절행위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해충돌은 연구부정행위나 연구부적절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 자체를 연구부정행위나 연구부적절행위로 간주할 수는 없는 것이다 - 따라서 이해충돌은 관리되는 것이지 금지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이해충돌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러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되도록 피하고, 만약 불가피하게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이해충돌의 유형- 이해충돌은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 금전적인 이해충돌과 비금전적인 이해충돌을 가장 큰 틀에서의 구분이라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윤리지침 18조를 보면 이와 관련된 내용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서울대학교연구윤리지침(2010) 제 18조 (이해상충의 내용)이해상충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로 인하여 공정한 전문가적 판단 또는 연구수행에 부정적인 역할을 미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① 금전적 이해상충 - 연구와 관련된 연구자의 금전적 이익으로 인하여 유발되는 경우 ② 인간 관계적 이해상충 - 개인적인 친분이나 소속기관의 영향, 또는 개인적인 갈등이나 연구경쟁 등 사적인 인간관계로 인하여 유발되는 경우 ③ 지적인 이해상충 - 특정한 연구 종류나 분야에 관한 종교적 신념이나 세계관적 내지 도덕적 소신 또는 이론적 확신으로 인하여 유발되는 경우 ④ 역할 충돌에 의한 이해상충 - 교육, 봉사, 외부 활동 등 소속기관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연구 활동과 충돌함으로써 유발되는 경우 ⑤ 기타의 이해상충 - 그밖에 제1호에서 제4호까지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유발되는 경우 - 실질적인 이해충돌이 있는지 여부에 의한 구분도 가능하다. 1차 이해와 2차 이해가 서로 명백히 충돌하는 경우와 두 이해가 직접 충돌하지 않는 경우를 구분하는 것이다. 이 구분은 이해충돌의 상황에 대한 것으로 이해충돌이 발생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연구부정으로, 즉 1차 이해의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 현재 상황에서 실질적인 이해충돌이 없다 하더라도, 향후 이해충돌이 유발될 여지가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관련 분야의 연구자에게 특강료나 원고료를 과도하게 지급하는 경우, 향후 연구자가 해당 기업의 제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거나 효과를 검증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잠재적인 이해충돌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 실질적으로 1차 이해와 2차 이해가 충돌하지 않는데도, 표면적으로는 이해충돌이 있는 것 같은 상황도 있다. 표면적 이해충돌을 외부의 오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무시할 수도 있지만, 억울하게 연구의 신뢰성을 잃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공개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좋은 연구라는 1차적 이해가 개인과 집단의 2차적 이해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위에서 제시한 모든 이해충돌 상황은 개인 뿐 아니라 집단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3) 이해충돌 해결의 중요성- 이해충돌이 연구윤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연구의 진실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 자신이 목표로 하는 객관적이고 철저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영향을 미칠만한 어떠한 다른 이해관계로부터도 자신을 지킬 필요가 있다. 조사나 실험에 있어서 특정한 이해관계가 편견이나 편향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특정한 이해관계가 실제로 연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도 이해충돌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연구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양심에 거리끼는 일이 없다는 확신이 있을 때에도 이해충돌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소할 적절한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 - 이해충돌의 상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와 관련한 연구 부정이 일어날 경우, 심대한 사회적 불이익이 초래될 수 있다. 또, 실질적인 이해충돌이 있거나 이해충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이를 숨기거나 간과하는 경우, 전문가로서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어 사회 자본의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한 정부 정책에 대한 연구자의 입장이 전문가적 의견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른 곡학아세(曲學阿世)로 비추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와 같은 인식이 확산되면 전문가의 의견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며, 이는 전문지식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지식 기반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심각한 위험이 된다. - 연구의 과정, 평가, 발표에 있어 노골적이고 명백한 이해충돌 뿐만 아니라, 그 잘잘못을 따지기 힘든 미묘한 이해충돌의 상황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이해충돌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새롭게 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된다. 이해충돌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이해충돌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더불어 세심한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II. 이해충돌의 판정과 해결(1) 이해충돌의 판정- 금전적인 이해충돌의 상황을 피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한 일이다. 이런 경우에는 제도적인 장치의 사용도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전문성이 중시되는 학문의 영역에서 모든 이해관계를 완전히 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료심사의 경우만 생각하더라도 학계의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의 경우, 동일 전공의 연구자들이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회관계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인 이해충돌까지 피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 이해충돌에 대한 판정은 일차적으로 개별 연구자 차원에서 일어나야 한다. 연구자는 최대한 이해충돌의 상황을 피해야 한다. 또, 연구자는 밝혀야 할 것이 있다면 미리 그것을 밝혀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스스로를 이해충돌로인한 부적절한 결과로부터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본인의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는 확신이 이해충돌의 부정적인 결과를 무조건적으로 피하게 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형식과 내용면에서 이해충돌로 인한 문제를 만들지 않는 지혜와 윤리적 태도가 필요하다. - 이해충돌에 대한 평가는 연구자가 스스로 밝힌 이해충돌에 대한 검토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제약회사의 약품에 대한 효과성 연구를 맡게 될 연구자가 그 회사의 주식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 연구 시작 전 연구자에게 주식을 처분하도록 권고하거나 연구의 내용을 조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 제보에 의해 부적절한 이해충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 경우, 통상적인 연구부적절행위에 대한 처리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해충돌에 대한 자세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통상적인 규정들과 조사위원회의 윤리적 판단에 문제 해결을 기댈 수밖에 없다. 서울대학교의 연구윤리지침에도 이해충돌에 대한 관리 및 처리 규정(제19조)이 있긴 하지만 이해충돌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사후처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한적이다. (2) 이해충돌의 해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해충돌은 금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연구에 있어서 이해충돌의 관리는 연구자가 속한 기관, 학술지를 발행하는 학회,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에 의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각종 규정을 통해 이해충돌에 대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해충돌에 대한 해결 방안은 크게 특정 행위(상황)에 대한 금지와 이해관계 공지의 의무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2 ② 공지 및 공개의 의무- 이해충돌 때문에 연구의 객관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자에게 공지 및 공개의 의무를 요구할 수 있다. - 연구와 관련된 이해충돌의 공개는 여러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ⅰ) 연구시작 전에 연구자가 이해충돌로 인한 연구 부정을 미리 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 계획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해충돌을 방지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ⅱ) 이해충돌을 공개함으로써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할 때 객관성을 담보하는데 더 신경을 쓰게 하는 효과가 있다. ⅲ) 이해충돌을 미리 밝혀 두면 연구결과를 평가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상황을 피할 수 있고, 연구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평가가 더욱 공정해질 수 있다. - 미국은 연방정부규정(45 CFR 94)을 통해 “심각한 재정적 이해(significant financial interest)”를 정의해두었으며, 이를 준수하기 위해 연구기관들에서는 연구자에게 재정신고서의 제출 및 심사를 포함한 이해충돌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3 미국연방규정 45 CFR 94.4 연구자의 이익의 충돌에 관한 연구기관의 책무각 연구기관은 다음을 이행해야 한다: a) 이익의 충돌에 관하여 이 규정에 부합하는 강제성이 있고 문서화된 적절한 정책(policy)을 유지하며, 각 연구자에게 이 정책과 본 규정 및 보고의 의무를 알려야 한다. 만약 연구기관이 외부기관(위탁계약자 혹은 협동연구자)과 함께 PHS(Public Health Service) 지원의 연구를 수행한다면, 연구자가 연구기관의 정책에 부응하도록 그 연구기관이 요구함으로써 또는 외부기관이 이 규정을 준수할 것을 연구기관에 보장하도록 함으로써, 연구자가 그 외부기관을 위해 일하면서도 이 규정을 준수할 것을 보장한다는 합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b) 연구기관에서 담당자를 지정하여, PHS 지원 연구에 지원하려고 계획하는 연구자들에게 ‘재정신고서(financial disclosure statement)’를 요청하고 이것을 심사해야 한다. - 연구기관들은 관련 분야에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이해충돌의 유형을 파악하여 자세한 세부 지침을 만들어 둠으로써 불필요한 고민과 오해를 막을 필요가 있다. (3) 이해충돌의 사례와 해결 예시- 앞서 살펴본 이해충돌의 유형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그에 따른 사례와 해결 방안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돈 문제와 관련된 실질적인 이해충돌(A)의 사례
- 돈 문제가 관련되지 않은 실질적인 이해충돌(B)의 사례
- 돈 문제와 관련된 잠재적인 이해충돌(C)의 사례 - 돈 문제와 관련이 없는 잠재적인 이해충돌(D)의 사례 - 돈 문제와 관련된 표면적인 이해충돌(E)의 사례 - 돈 문제와 관련이 없는 표면적인 이해충돌(F)의 사례 Notes[2] 박기범, 「연구자의 이해충돌문제와 그 대처 방안」, 과학기술정책연구원(정책자료), 2006, 11-15쪽 참고. 이 연구에서는 이해충돌의 해결 방안으로 금지, 공지, 관리가 제안되었다. 본 연구는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금지와 공지가 이해충돌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관리 방법에 해당하는 것이라 정리하였다. [3] 『연구윤리정보센터』 사이트에 게재된 노환진의 글 「이익의 충돌의 관리제도」를 재인용했다(http://www.cre.or.kr/article/responsibilities_articles/13825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