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를 둘러싼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는 아주 느린 듯 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쉽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먼 산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기차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가만히 서 있는 것 같던 산이 어느새 우리 등 뒤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국제 학술 커뮤니케이션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들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변화가 저 멀리 서 있던 산을 지나친 것처럼 큰 변화가 될 지는 아직 모를 일이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2019년 12월 American Chemical Society, Elsevier, Springer Nature, Taylor & Francis Group, Wiley 등 5개 주요 국제 학술 출판 기업들은 Get Full Text Research (GetFTR)이라고 하는 학술지 검색 플랫폼을 출범하기 위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1]. 그리고 4개월 후인 2020년 4월, GetFTR의 파일럿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GetFTR 서비스의 목적은 연구자들이 이미 출판된 학술 논문들에 좀 더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료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2]. 이 서비스가 진정으로 무상 서비스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연구자들에게 비용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일단 다양한 학술지에서 출판한 논문들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라 할 만하다. 그럼 GetFTR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GetFTR 파일럿 서비스를 2020년 4월에 시작하기 위해, 여러 학술 출판 커뮤니케이션 기업들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표 1과 같이 협업하였다[3].
새로운 플랫폼의 유용성에 대해서는 GetFTR을 둘러싼 이용자들의 입장에 따라서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주요 5개 출판사들이 주축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너무 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 그 논의는 별개로 하더라도 GetFTR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는 야심차다. 여하간에, 개인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학술지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각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어떤 혜택이 있을지 표 2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그럼, GetFTR의 미래는 장밋빛일까? 서비스를 시작한지 3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걱정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우선 대학교 도서관과의 연계 서비스가 쉽지 않다. 이미 대학교 도서관은 연구자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GetFTR이 기존의 서비스들과 잘 호환될 것인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아마도 초기 자문단에 대학교 도서관 전문가들이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교 도서관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을 것이다. 최근에 대학교 도서관 관계자가 자문단에 참여한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 할 수 있다[4].
<표 1> GetFTR 파일럿 서비스 참여 그룹
역할
기업명
재정 지원 (5개 국제학술출판사)
• American Chemical Society
• Elsevier
• Springer Nature
• Taylor & Francis Group
• Wiley
자문 및 기술 지원
• American Society of Civil Engineers
• Atypon
• Digital Science.
• IEEE
• Mendeley
• Silverchair
• Third Iron
학술 플랫폼 및 검색 도구
• Mendeley
• ReadCube Papers
• Dimensions
<표 2> GetFTR 서비스 이용자 혜택
이용자
예상되는 혜택
연구자
GetFTR에 참여하는 출판사들의 학술지 및 오픈액세스 저널에 대한 접근성 용이
출판사
출판된 논문들에 대한 접근 가능성 및 가시성 개선
검색서비스 제공자 (integrator/aggregator)
더 많은 학술지들의 출판 논문을 더 많은 연구자들에게 연결할 수 있는 채널 확보
아울러 학술 커뮤니케이션 산업에서 대형 상업 출판사들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는 것도 우려할 만하다. 학술 출판의 비영리적 순수성과 기업형 학술 출판사의 영리성이 충돌하는 것은 아주 오랜 역사이다. 어찌 보면 GetFTR의 시작은 오픈액세스 출판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오픈액세스 학술지들이 약진함에 따라, 전통적인 상업 학술 출판사들도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학술 커뮤니케이션과 연구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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